빛과 모래로 그려내는 샌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영상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만큼 흡입력 있는 모래의 ‘흩뿌림’은 빛과 그림자에 의해 생동감을 더한다. 한 알 한 알,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모래는 모이고 또 흩어져 큰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고 여기, 모래로 큰 세상을 만드는 샌드 아티스트 최은영이 있다.
* 에디터 : 김해인, 노효준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한다.
빛과 모래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샌드 아티스트 최은영이다. 현재 서울에서 샌드아트를 강의하는 <노을 창의예술 아카데미> 운영과 뮤직비디오, CF, 기업 바이럴 영상 등 모래를 이용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샌드아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편집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던 중 건강이 악화되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 후로 일은 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굉장히 우울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이렇게 살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집중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샌드아트다.
국내 샌드아트 1세대다 보니 정보수집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이야 포털 사이트에서 샌드아트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샌드아트를 검색하면 “관련 정보 없음”이 떴다. 유투브(youtube)나 구글(google)에 외국 작가들의 영상이 몇 개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걸 참고했다. 그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 어떻게 영상을 만드는지 살펴보고 대충이라도 도구를 갖췄다.당시에는 샌드아트 도구를 따로 판매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목공소, 유리 집 같은 곳을 직접 찾아 다니며 일일이 주문 제작했다.
취미에서 본업이 된 건가
그렇다. 처음엔 모래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오래 보관할 수가 없어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러다 작품 제작 과정도 기록하고 싶어 작은 핸디 캠을 구입했다.그렇게 작업한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그러던 중, 2009년쯤 습작만하다 처음으로 <모래로 그린 김연아 선수> 작품을 업로딩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3대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릴 정도였다. 그걸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방송국에서 취재도 오고, 광고회사에서 컨택이 왔다.그때부터 샌드아트 일을 조금씩 시작했다.
- <모래로 그린 김연아>, ▶동영상 보러가기
샌드아트 작업 이야기
샌드아트 작업 절차에 대해 알고 싶다
샌드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자면, 우선 주제가 정해지면 그것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를 시작한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가 우선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콘티 작업을 한다. 그 다음엔 드로잉을 하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영상 편집과정에서 BGM과 나레이션, 자막을 삽입한다.
주로 어떤 모래를 사용하나
사막 모래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입자가 고운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마다 선호하는 모래가 다른데 해변 모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사막 모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 샌드아트 시범을 보이는 최은영 아트디렉터
스토리, 연출, 콘티, 촬영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는 건가
CG라든지 전문성이 필요한 것들은 외부 프로덕션에 제작을 맡긴다. 음악 같은 경우엔 함께 작업하는 작곡가가 있다. 영상을 제작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직접 제작한다. 그 외 스토리 구성 등 나머지 일들은 대부분 혼자 진행하는 편이다.
전체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
아무래도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새로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작업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일상의 모든 요소에서 영감을 얻는다. 굳이 꼽자면 관찰? 그래서 일상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관찰하면서 샌드아트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열심히 그린 그림을 한 번에 지워버리면 아까울 것 같다
초기에 작업했던 <모래로 그린 김연아> 같은 경우엔 아까워서 몇 주 동안 지우지 못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잘 그린 그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웃음)하지만 매번 습작만 하다 제대로 만들어 본 첫 작품이기도 했고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아서 쉽게 지울 수가 없더라. 그래도 그림을 지워야만 또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모래가 아닌 종이에 그린 최은영의 그림도 궁금하다. 따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나
요즘엔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지만 틈틈이 드로잉을 하기도 한다. 드로잉을 하면 샌드아트를 하는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 최은영 샌드 아트디렉터가 그린 Notefolio
다른 디자인과 구별되는 샌드아트 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컴퓨터가 아닌 모래를 이용해서 직접 손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보니,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다.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작업 철학이 있다면
나 혼자만 만족하는 작품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작업
2012년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몇 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진행한 <못다 한 이야기>라는 프로젝트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많이 울었다. 할머니들의 실제 육성 인터뷰에서부터 영상, 사진 자료를 계속 접하다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더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님들께 너무나 죄송했다. 하지만, 영상을 공개한 뒤에는 해외에 계신 어르신들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해주셨다. 한 번은 어떤 중학생이 내가 만든 영상을 보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짧지만 굉장히 울림이 있던 한 마디였다. 마음도 아팠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보람이 컸다.
-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
-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부디 기억해다오> 위안부 샌드아트
노을 아카데미
<노을 창의예술 아카데미>를직접 운영하고 있던데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SNS를 통해 샌드아트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굉장히 많았다.그렇게 샌드아트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조금씩 가르치던 일이 이렇게 커져서 아카데미까지 설립하게 됐다. 수강생들에게 1세대 샌드아트 디렉터로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최대한 겪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었던 노하우를 얘기해주고 싶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샌드아트 강의에 참여하나
주부, 직장인, 화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단순 취미에서부터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배우는 사람,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배우는 사람,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배우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 실제로 노을 아카데미에서 배출한 작가도 몇 명 있다.
(종이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조금 더 유리한 가
아니다. 샌드아트는 순전히 ‘노력’의 문제다. 때문에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꾸준히 노력만 한다면 확실히 실력이 는다.
끝으로
최은영에게 샌드아트란
“소울메이트”, 나를 반영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대상.샌드아트라는 것이 비록 살아있지 않지만, 작품을 만드는 동안 모래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시킬 수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장 폴로(Jean Poulot), 샌드아트계의 거장이다.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한 번 너무 만나 뵙고 싶어 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래서 직접 만나 샌드아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그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실력도 실력이지만 인품이 참 좋은 분이시다.
- Jean G Poulot 교수, 출처 : http://juriehwang.blogspot.kr
앞으로의 계획
샌드아트 작가들이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지방 공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샌드아트 콘텐츠를 쉽게 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교육, 유아교육 등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와 샌드아트를 접목해보고 싶다.
ㅡ
http://www.sandartist.co.kr
http://blog.naver.com/must_happy
|